고독한 우주 속에서 피어난 엇갈린 운명
2016년에 개봉한 영화 '패신저스'는 모튼 틸덤 감독이 연출하고 크리스 프랫과 제니퍼 로렌스가 주연을 맡은 SF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인류의 새로운 개척 행성인 '홈스테드 II'로 향하는 우주선 '아발론'호를 배경으로, 120년에 걸친 긴 여행 도중 치명적인 오작동으로 인해 동면에서 깨어나게 된 한 남자와 그로 인해 강제로 깨어난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광활한 우주선 속에서 오직 둘만이 깨어난 채 고립된 상황에 처하면서 펼쳐지는 인간의 고독, 생존을 위한 투쟁,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사랑과 윤리적 딜레마를 심도 있게 탐구합니다. 수십만 명의 승객들이 동면 상태에 있는 거대한 우주선 안에서, 깨어난 두 남녀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며 관계를 발전시켜 나갑니다. 그러나 이 관계의 시작에 숨겨진 치명적인 비밀은 곧 감정적인 폭풍을 불러일으키며 영화의 주된 갈등을 형성합니다. 화려한 우주선의 비주얼과 고립된 환경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묘사는 관객들에게 신선하면서도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패신저스'는 단순히 우주 공간에서의 로맨스를 넘어, 인간이 극한의 외로움 속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도덕적인 판단과 인간적인 연대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홈스테드 II 그리고 우주선 아발론의 심연 속 고독의 시작
영화 '패신저스'의 배경은 인류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머나먼 행성 '홈스테드 II'로 떠나는 미래 사회입니다. 지구를 떠나 이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기까지는 무려 120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를 위해 인류는 수십만 명의 이주민들을 거대한 초호화 우주선 '아발론'호에 태워 깊은 동면에 들어가게 하는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성공적으로 적용하였습니다. 아발론호는 단순한 우주선이 아니라, 마치 작은 도시처럼 각종 편의 시설과 즐길 거리를 갖추고 있어 미래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수백만 년을 넘나드는 기술의 진보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삶의 터전을 확장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동면은 여행 기간 동안 모든 생체 활동을 최소화하여 노화를 막고 에너지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승객들은 이 긴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행성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여정은 예상치 못한 불운으로 시작됩니다. 소행성 지대를 통과하던 중 아발론호는 작은 유성우와 충돌하게 되고, 이 충격으로 인해 수많은 동면 캡슐 중 단 하나, 바로 승객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 분)의 캡슐에 치명적인 오작동이 발생합니다. 그 결과, 짐은 목적지 도착 90년이나 먼저, 혼자서 깊은 동면에서 강제로 깨어나게 됩니다. 처음에 짐은 단순한 오작동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동면에 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합니다. 우주선의 시스템을 확인하고, 승무원 구역에 접근하려 시도하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지만, 아발론호의 동면 시스템은 한번 깨어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통제실과 주요 시스템은 모두 승무원 전용 구역에 잠겨 있으며, 일반 승객인 짐은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오로지 인공지능 바텐더 아서(마이클 쉰 분)만이 그의 유일한 대화 상대이자 위안이 되어 줍니다. 아서는 사람처럼 감정을 지니고 대화할 수 있는 로봇이지만, 자신의 프로그램된 한계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짐은 광활한 우주선 안에 홀로 고립된 채 남은 90년을 살아갈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의 고독은 끝없이 펼쳐진 우주의 광활함과, 수십만 명의 잠든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깨어났다는 아이러니 속에서 더욱 심화됩니다. 거대한 배 안을 걸으며 모든 편의 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이 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에게는 대화 상대도, 미래도, 그리고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짐의 고독은 극에 달하고, 그의 정신은 점차 황폐해지기 시작합니다.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깊은 절망감에 빠져버린 그는, 우주선의 비상 탈출용 포드에 앉아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정신적인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바로 이 순간, 그는 또 다른 승객의 동면 캡슐 앞에서 멈춰서게 됩니다.
고독의 끝에서 내린 윤리적 선택 그리고 어긋난 로맨스
지독한 고독과 절망감에 시달리던 짐 프레스턴은 광활한 우주선 안에서 홀로 잠들어 있는 수십만 명의 승객들 중 한 명인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 분)에게 이끌리게 됩니다. 그녀는 작가로, 새로운 행성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하는 인물입니다. 짐은 오로라의 동면 캡슐 앞에서 오랜 시간 그녀의 모습을 지켜봅니다. 그녀의 미모와 사연에 매료된 그는 그녀를 깨울지 말지에 대한 엄청난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합니다. 오로라를 깨우는 것은 그녀를 자신과 같은 운명, 즉 남은 90년의 여행을 혼자 깨어 지내야 하는 고독과 절망 속에 가두는 잔인한 행위라는 것을 짐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바텐더 아서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이것은 살인이나 다름없다"고 스스로 자책합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극한의 외로움과, 자신이 혼자가 아니기를 바라는 절박한 욕구는 결국 짐으로 하여금 오로라를 깨우는 비윤리적인 선택을 내리게 만듭니다. 이 선택은 영화 전반에 걸쳐 가장 큰 논란과 비판의 대상이 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오로라가 동면에서 깨어나자 짐은 그녀에게 자신이 깨어난 것과 같은 '오작동'으로 깨어났다고 속입니다. 오로라는 처음에는 당황하고 절망하지만, 곧 짐과 함께하는 삶에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우주선 아발론호 안에서 오직 둘만이 깨어나 생활하면서, 그들은 마치 꿈같은 시간을 보냅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를 하고, 넓은 수영장에서 함께 수영하며, 우주 공간에서 환상적인 우주 유영을 즐기기도 합니다. 짐은 오로라에게 로맨틱한 데이트를 제안하고, 둘은 함께 농구를 하거나 춤을 추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서로에게 깊이 빠져듭니다. 둘은 서로의 유일한 존재가 되어주며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오로라는 짐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행복과 안정감을 느낍니다. 그녀는 자신의 글을 통해 "그와 함께 있으면 내 인생이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고백하며 짐에 대한 사랑을 표현합니다. 짐 또한 오로라와 함께하며 외로움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 행복한 관계는 짐이 아서에게 오로라를 깨운 사실을 고백하는 순간 파국을 맞이합니다. 아서는 로봇으로서 프로그램된 원칙을 따랐을 뿐이지만, 이 진실은 오로라에게 크나큰 배신감과 충격을 안겨줍니다. 그녀는 짐에게 분노하고, 그를 살인자나 다름없다고 비난하며 완전히 돌아섭니다. 광활한 우주선 안에서 유일한 대화 상대이자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짐에 대한 믿음이 산산조각 나면서, 오로라는 다시 한번 혼자라는 고독감과 함께 짐에 대한 증오심에 시달리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다시 우주선 안에서의 외로운 생활을 이어나가지만, 이는 이전에 짐이 겪었던 고독과는 차원이 다른, 사랑에서 증오로 변해버린 감정적인 고통으로 점철된 외로움이었습니다.
우주선의 위기 협력 속에서 재발견된 관계
짐과 오로라가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냉전 상태에 돌입했을 때, 아발론호에 예상치 못한 심각한 위기가 닥쳐옵니다. 초기 소행성 충돌로 인한 미미한 손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축적되어 거대한 고장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우주선의 주요 시스템에 연이어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단순히 승객들을 깨우는 동면 시스템의 오작동 수준을 넘어, 우주선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었습니다. 비상사태 알람이 울리고, 두 사람은 우주선의 시스템 고장을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동면 캡슐의 치명적인 오작동으로 우주선의 최고 갑판장이자 승무원인 거스 만쿠소(로렌스 피시번 분)가 동면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거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깨어난 것에 당황하지만, 베테랑 승무원답게 우주선 곳곳의 시스템을 확인하며 현재 상황을 파악합니다. 그는 짐과 오로라의 복잡한 관계를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둘에게 이 심각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직 서로 협력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거스는 동면 시스템이 고장 나면서 깨어났기 때문에, 그의 몸은 이미 심각한 손상을 입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이 내려집니다. 그는 시한부 인생임을 알면서도, 우주선과 탑승한 승객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고장 난 시스템을 고치려 노력합니다.
거스는 짐과 오로라에게 우주선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원자로의 과열과 이로 인한 전력 공급 이상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우주선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원자로가 폭발할 위기에 처하자, 거스는 짐과 오로라에게 핵심적인 수리 지점을 알려주며 둘을 이끌지만, 결국 병세가 악화되어 쓰러지고, 짐과 오로라의 눈앞에서 조용히 숨을 거둡니다. 거스의 죽음은 짐과 오로라에게 큰 충격과 동시에 큰 책임감을 안겨줍니다. 이제 우주선의 운명은 오직 그 둘에게만 달려 있게 된 것입니다. 거스의 희생과 절박한 상황은 두 사람의 관계에 전환점을 가져옵니다. 비록 오로라는 여전히 짐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지만, 당장 눈앞의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다시 손을 잡게 됩니다. 그들은 거스의 지시에 따라 우주선 가장 위험한 곳인 원자로 환기구를 수동으로 열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이 임무는 상상을 초월하는 뜨거운 열과 강력한 방사선을 동반하는 극한의 작업이었습니다. 짐은 오로라에게 안전한 곳에 있으라고 지시하고 홀로 이 위험한 작업에 나서지만, 결국 그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환기구의 스위치를 눌러야 하는 마지막 순간, 짐은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생명줄이 끊어져 우주선 밖으로 날아갈 위기에 처합니다. 이때 오로라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짐을 구하기 위해 우주복을 입고 우주 공간으로 뛰어듭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짐을 향해 헤엄쳐 가 그를 구하고, 두 사람은 우주선 안에서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며 그동안 묵혀왔던 오해와 감정의 응어리를 조금씩 풀어냅니다. 극한의 위기와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며, 짐에 대한 오로라의 증오도 점차 용서와 이해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이 위기 속에서의 협력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짐과 오로라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희생 선택 그리고 예상 밖의 결말
우주선 아발론호의 위기를 극복한 후, 짐과 오로라는 지쳐있었지만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원자로는 안정되었고, 우주선은 다시금 평화를 되찾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의 앞에는 남은 90년의 외로운 우주 생활이라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위기를 겪으며 재조립되었지만, 여전히 짐이 오로라에게 저지른 윤리적 과오의 그림자는 남아 있었습니다. 이때 짐은 우주선 아발론호의 첨단 의료 시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그곳에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승객을 치료하기 위한 '자가 치료형 동면 캡슐'이 있었습니다. 이 캡슐은 일반 동면 캡슐과 달리, 생체 기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환부를 치료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짐은 이 캡슐이 오로라를 다시 동면에 들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가 사랑하는 오로라에게 남은 여행 기간을 동면 상태로 보낼 기회를 주어, 그녀가 원래의 목적대로 홈스테드 II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이는 짐이 오로라에게 저지른 잘못을 만회하고 그녀의 미래를 되돌려주기 위한 그의 마지막이자 가장 큰 희생이었습니다.짐은 오로라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며, 그녀에게 동면 캡슐에 다시 들어갈 것을 제안합니다. 이 제안은 오로라에게 엄청난 선택의 기로를 안겨줍니다. 캡슐에 들어가면 그녀는 남은 90년 동안 깊은 잠에 들 수 있지만, 홀로 남게 될 짐을 다시 만날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반대로, 캡슐에 들어가지 않고 짐과 함께 남은 생을 우주선 안에서 보낸다면, 그녀는 사랑하는 짐과 함께 외로움을 나누며 살 수 있지만, 홈스테드 II에는 절대 도착할 수 없게 됩니다. 그녀의 모든 꿈과 계획은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오로라는 자신의 꿈과 긴 동면 여행의 기회를 포기하고, 사랑하는 짐과 함께 아발론호에서 남은 생을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그녀는 짐에게 "나와 함께 해 달라"고 말하며, 둘은 함께 남은 90년을 살아갈 것을 선택합니다. 이 장면은 비극적인 시작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랑과 유대감이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로부터 88년 후, 아발론호가 마침내 목적지인 홈스테드 II에 도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대한 우주선 안은 더 이상 차갑고 텅 빈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짐과 오로라는 남아있는 동면 캡슐들을 치우고 우주선 곳곳을 마치 자신들의 집처럼 꾸며놓았습니다. 그들은 우주선 내부에서 푸른 숲과 작은 밭을 가꾸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며 행복하게 살아온 흔적을 남겼습니다. 승객들이 잠든 곳에는 이제 꽃과 나무들이 자라나 있었습니다. 도착한 승무원들이 우주선의 내부를 확인하며 이 놀라운 광경을 발견합니다. 짐과 오로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지만, 그들이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다가 편안하게 생을 마쳤을 것임을 암시합니다. 이 결말은 영화 초반의 어두운 윤리적 딜레마를 뒤로하고, 인간이 어떤 상황 속에서도 행복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패신저스'는 시작은 비극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결국 고독 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선택, 그리고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삶이라는 주제를 통해 따뜻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